본문 바로가기
생활 일상 상식

내 돈 내고 고치기 전에 꼭 보세요: 집주인에게 당당하게 수리 요구하는 법

by kusunn 2026. 2. 20.

처음 독립을 하고 월세방에 들어갔을 때의 설렘도 잠시, 자취 생활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으려는데 따뜻한 물이 안 나오더라고요. 확인해 보니 보일러가 고장 난 거였죠.

수리 기사님을 부르려다 문득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이 수리비, 내가 내야 하나? 집주인한테 말해도 되나? 괜히 말 꺼냈다가 핀잔만 듣는 거 아닐까?' 인터넷을 뒤져봐도 말이 다 다르고, 계약서를 봐도 헷갈리기만 했습니다. 결국 며칠을 찬물로 씻으며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집주인분께 연락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보일러 수리비는 집주인분이 전액 부담해 주셨습니다. 저처럼 자취방 어딘가가 고장 났을 때, 내 돈으로 고쳐야 할지 집주인에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오늘은 제 경험과 민법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전월세 수리비 부담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보일러 전월세 수리비 부담 기준

1. 수리비 부담의 대원칙: 대수선 vs 소모품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집주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세입자)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말이 조금 어렵죠? 쉽게 풀자면 이렇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 집주인 부담 (대수선): 집의 주요 설비, 구조적인 문제,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큰 고장
- 세입자 부담 (소모품/소수선): 일상적으로 쓰다 닳는 것,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 세입자의 부주의로 망가진 것

이 큰 틀만 이해하셔도 절반은 해결됩니다. 그럼 이제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2. 이건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집주인 부담 항목)

집의 뼈대나 주요 시설물이 노후화되어 발생한 자연적인 고장은 무조건 집주인의 책임입니다.

  • 보일러 고장: 7년 이상 된 노후 보일러의 잦은 고장이나 수명 다함 (단, 동파 방지를 안 해서 얼어 터진 경우는 세입자 과실이 될 수 있으니 겨울철 주의가 필요합니다!)
  • 누수 및 결로: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벽면 자체의 단열 문제로 심각한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
  • 기본 옵션 가전: 계약할 때부터 방에 있던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의 노후화로 인한 내부 부품 고장 (제가 가장 많이 헷갈렸던 부분인데, 옵션 가전은 집주인의 재산이므로 수리도 집주인이 하는 게 맞습니다.)
  • 수도 배관 및 전기 배선: 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거나 전기 누전이 발생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고장 난 부위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집주인에게 바로 알리세요. "제가 임의로 고치기 전에 먼저 상태를 확인시켜 드립니다"라고 말씀드리면 훨씬 부드럽게 대화가 풀립니다.

 

3. 이건 내 돈으로 고쳐야 해요 (세입자 부담 항목)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세입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는 소모품이나, 명백한 부주의로 망가진 것은 세입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 형광등, 전구 교체: 마트에서 사서 바로 끼울 수 있는 전구류는 세입자 몫입니다. (단, 전구가 아니라 천장에 달린 '안정기' 전체가 고장 났다면 집주인과 협의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 도어락 건전지 및 샤워기 헤드: 사용하다 건전지가 닳거나 샤워기 줄이 끊어진 경우
  • 부주의로 인한 파손: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려 장판이 찍혔거나, 환기를 안 시켜서 벽지에 곰팡이가 까맣게 핀 경우, 반려동물이 벽지를 뜯어놓은 경우
  • 변기나 하수구 막힘: 머리카락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잘못 버려 막힌 경우는 세입자가 뚫어야 합니다.

가끔 도어락 건전지가 닳아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도어락이 고장 났다며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해프닝도 은근히 많다고 하니, 꼭 먼저 확인해 보세요.

 

4. 애매한 상황을 피하는 최고의 꿀팁: 입주 전 사진 찍기

가장 피곤한 상황은 "원래 그랬다" vs "네가 망가뜨렸다"의 감정싸움입니다. 저는 두 번째 자취방으로 이사할 때부터 입주하는 첫날 방의 모든 구석구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 장판의 찍힘, 벽지 찢어짐, 화장실 타일 깨짐, 옵션 가전의 외관 흠집 등은 무조건 근접해서 찍어두세요. 그리고 그날 바로 집주인에게 문자로 "입주하면서 확인해 보니 이 부분에 약간의 파손이 있어서 미리 사진 보내드립니다~" 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겁니다. 나중에 퇴실할 때 원상복구 문제로 보증금이 깎이는 억울한 일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소통이 절반입니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적이 아닙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속앓이하며 스트레스받거나 내 돈으로 몰래 고치지 마세요. 반대로 다짜고짜 "고쳐주세요!"라고 화내듯 요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장님, 보일러에 에러 코드가 뜨면서 온수가 안 나오네요. 수리 기사를 불러서 점검받아봐도 될까요?"라고 상황을 공유하고 먼저 의견을 묻는 방식의 소통을 추천합니다.

이사 전후로는 챙겨야 할 행정적인 절차도 많고 신경 쓸 게 참 많습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수리비 기준을 꼭 기억하셔서, 불필요한 비용 지출과 감정 소모 없이 쾌적한 독립생활을 즐기시길 응원합니다!